지금 유행하는 아이템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것이 좋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하나를 사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것을 사기 위해 자신만의 기준으로 이것저것 따져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옷은 단순히 입기 위한 물성이 아닌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더패브릭의 인터뷰 캠페인 '보통을 입다' 두번째는 더패브릭 초창기 함께했던 최훈입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지금은 함께하고 있지 않지만, 더패브릭 초창기 생산 관리를 함께 했던 과거의 동료이자, 대학시절부터 알아온 디렉터의 오랜 친구인 최훈입니다.
- 이렇게 보니까 또 새롭네요.
그러게요. 평범한 일상들을 나누다가 진지하게 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니 낯선 것 같기도 합니다. 대화하듯 편하게 해볼게요.
- 좋습니다. 더패브릭의 시작부터 이야기해보죠.
더패브릭은 디렉터가 따로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였고 저희는 원래 휴대폰 케이스 사업을 같이 하고 있었어요. 주문 제작 형태로 사진을 드로잉해서 케이스로 제작해주는 구조였죠. 지금이야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거의 유일했죠.
- 그러다가 제가 더패브릭을 함께 하자고 제안을 했어요.
반가운 제안이었어요. 케이스 사업은 잘 되고 있었지만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이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둘 다 더 몰입해야 하는 걸 아는데, 과연 그 정도로 이 일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인가? 의문이 들던 시점이었거든요.
- 같은 생각을 했었네요. 저도 하고 싶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게 훨씬 가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우리가 이전부터 옷을 좋아했잖아요. 같이 동대문 새벽시장도 나가고, 동묘 구제 시장도 다니고 세일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정보를 공유하고 평소에도 옷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기도 했구요. 기왕 하는거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했죠.
- 돌이켜 보면, 우리 둘다 참 무모했어요. 옷을 좋아만 했지 만들어본 적은 없었으니까
그러게요. 좋아하는 것과 만들어야 할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하면서 깨달았죠.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그래도 재밌었어요. 하나씩 배워가고 생각했던 것들이 구현됐을 때의 뿌듯함 같은게 있었습니다. 그 뿌듯함이 계속해서 시도하는 원동력 이 됐어요.
- 뭐가 제일 어려웠어요?
기준점이요. 제품의 디자인, 사이즈, 마감 방법, 봉제 종류, 실 색깔, 패키지 등 결정해야할 것이 수백가지가 무슨 기준으로 결정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 기준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치킨 한 마리 시 켜놓고,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 나눴죠.
- 그 시간들은 더패브릭에게도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덕분에 지금의 더패브릭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이라는 단어가 해석의 여지가 많은 단어잖아요. 누군가에게는 무난함, 평범함처럼 느껴질 수도, 또 누군가에게 보통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통이 아닐 수도 있구요. 그러다가 서로 동의가 됐던 개념이 ‘아빠의 옷장에서 꺼내 입을 수 있는 옷’ 이었어요. 부모님의 옷장을 열었을 때, 지금도 충분히, 나도 충분히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옷.
- 겉으로 보여지는 표현은 다듬어졌지만, 그 개념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기준점이에요.
느껴져요. 오히려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입을 수 있고, 너무 과하지 않고, 너무 핏하지도 않고 이런 것 들은 쌓여야 뚜렷해지는 거잖아요. 소비자들도 그걸 느끼기 때문에 더패브릭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같이 했던 사람으로써 더 뿌듯하구요. 제가 있던 곳이 잘되면 더 좋잖아요. 그때의 경험은 지금도 도움이 되는 자산이에요.
- 이야기 나온 김에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이야기해주세요.
당시에 ‘더패브릭’과 ‘엔분의일’이라는 밴드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음악에만 전념하고 있어요. 그게 더패브릭을 나오게 된 이유였으니까요. 공연 준비하고 공연하고 앨범 준비하고 발매하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여전히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네요.
- 전념한 이후 성과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린 플러그드에서 주최하는 신인 그린 프렌즈와 난장이라는 경연에서도 우승을 했어요. 덕분에 크고 작은 많은 무대에 섰죠. 코로나로 인해 잠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꾸준하게 저희의 음악을 하면서 도약하고 있는 중입니다.
- 개인적으로 최훈이 더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은 걸릴지 몰라도 분명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거에요. 이제 친구로써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마지막으로 더패브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더 깊어지고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더패브릭이 이야기하는 보통이라는 가치가 더 깊어졌으면 좋겠고 그 어느 하나에 함몰 되지 않고 조금씩 범위를 넓히면서 스며들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더패브릭이 사랑받아 왔던 비결이니까. 계속해서 유 지했으면 좋겠습니다.